그리스의 끝
마니
펠로폰네소스 남부 여행기
저자 ;패트릭 리 퍼머.Patrick leigh fermor- 강경이 옮김
봄날의 책
371p
비잔티움 예술의 범위와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스트라스 벽화 이후의 거의 모든 것은 일보 후퇴에 다름없었다. 크레타 화파는 후퇴라기보다는 한 걸음 비켜서 있다,
미스트라스의 프레스코화가 전통을 헐겁게 풀어놨다면 크레타 화파의 그림에는 전통이 남아 있긴 했지만 수정되었다.
마케도니아 화파가 비잔티움의 전통을 우울한 화폭에 담았다면 크레타 화파에 이르러서는 허세가 더해졌다. 인물의 얼굴은 창백하면서도 반항기 있는 우락부락한 표정으로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심지어 노려보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인물들의 옷자락은 동방회화의 뒤어난 장점을 계승하여 서로 다른 색을 섞어 짠듯.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색깔로 보이며, 대비색으로 그린 풍성한 주름과 겹주름이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구부린 팔꿈치나 무릎에서 팽팽하게 방사선으로 퍼지는 주름들이 지그재그를 그리며 풍성해진다. 산양가죽은 더 덥수룩하게 산비탈의 동굴둘은 칼날로 찢어놓는 듯 보이며 툭 튀어나온 시나이 반도와 츠응이 쌓여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험준한 바위들은 크레타의 진짜 산맥처럼 사나운 계곡으로 나뉘어 서로 알력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486p
오늘날 기티오는 그 모습이 사뭇 다르다. 특별히 웅장하다고 할만한 것은 없지만 닻을 내린 증기선들과 각들, 호텔 한두채가 있는 부둣가 풍경에는 쇠퇴해가는 빅토리아 시대풍의 매력이 있다.
그 퇴락한 풍경 군데군데에 무미건조한 편대식 건물이 박혀 있다. 유럽의 건축이 가장 멋대가리 없어지기 시작한 순간에 그리스의 지방 소도시들이 번창하기 시작한 것은 슬픈일이다. 이런 소도시에 아케이드가 지어졌더라면 .. 저녁 산책길이 얼마나 아름답게 기품 있고 극적이었을까!
---- 옮긴이의 글
해발 2400미터에 달하는 타이게토스 산맥으로 그리스 본토의 다른 역과 단절되고 에게해와 이오니아 해에 둘러싸인 마니 반도는 그리스에서도 변방 중의 변방이다,
역사상 마니는 도피자의 땅 , 망명자의 고장이었다.
스파르타, 비잔티움의 영토를 점령한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베네치아가 차지한 크레타로부터 달아난 사람들. 자치와 생존의 벼랑끝에 몰린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숨어들었던 곳이다.중앙권력은 타이게토스 산맥 너머 이곳까지 닿기 힘들었다, 그래서 마니는 그리스에서 기독교가 가장늦게 전파된 곳이고 오스만제국에 저항한 게릴라이자 산적인 클레프테스의 본거지였으며 그리스 독립투쟁의 불길이 가장먼저 올랐던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카잔차키스가 마니를 비롯한 펠로폰네소스를 두고 아테라는 꽃을 피워올린 "기아에 굶주리고 피에물든'뿌리라고 표현했을 때는 ...
카잔차키스도 한동안 마니의 카르다밀리 근처 칼로그리아 해안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모델이 된 진짜 조르바와 같이 지내며 갈탄 광산을 운영했다.
<파타고니아>의 저자 브루스 체트윈도 마니를 즐겨 찾았으며 자신이 죽은 뒤에 화장한 유골을 마니에 부려달라고 했다, 그 유골을 마니에 뿌린 사람이 바로 이책의 저자 패트릭 리 퍼머이다. 그의 집은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 주인공 부부가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로 등장한다.패트릭 리 퍼머의 유언에 따라 그의 집은 그곳에 머물며 글을 쓰고 싶은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패트릭 리 퍼머의 여행기록-1933년부터 시작된 여행기록- 선물받은 시간(1977). 숲과 강 사이로(1986) 막힌 길(2013)-은 퍼커가 세상을 뜬 후 그의 전기작가 아르테미스 쿠퍼가 퍼머의 초고와 일기를 모아 펴냈다.
그의 이력으로 보건대 "인디애나 존스와 제임스 본드, 그레이엄 그린을 합쳐놓은 인물'이라는 묘사는 결코 과장이 아닌 듯하다.
마니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북부 여행기<루멜리.1966>를 발간할 때 퍼머는 그의 책표지와 삽화를 그린 친구인 존 크렉스턴에게 지도에서 몇몇 작은 마을의 위치를 옮기거나 지워달라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바로 그거야 , 아무도 그 마을들을 찾지 못햇으면 좋겠어, 그 마을들이 망가지지 않게 말이야"
그외; 안데스에서 온 편지. 침묵을 위한 시간(유럽 수도원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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