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5부모님과이탈리아

로마 까리나 민박

호이짜0 2016. 1. 29. 19:15

      


 


로마 까리나민박 - 픽업편                                                                    

2015.10.10. 15:27                                  

                                                              


이번 여행의 시작과 끝은 로마였다.

로마에서 첫 시작부터 당한 로마 민박집의  공포가 여행일정중엔 잊혀졌다가

여행을 끝내려고 로마로 들어오는 기차안에서 그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서울로 돌아와 첫날 시차라는것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헷갈릴때 문득 민박집의 불쾌함과 그날밤의 공포가 떠올랐다.

눈이 번쩍 뜨이며 잠이 달아난다.


몇개월에 걸쳐 준비한 여행. 어린 조카와 노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이라 나름 고심했다.

호텔에서만 지낸다는게 힘듦을 알기에  중간중간 아파트 렌탈도 예약했다.

첫 시작지인 로마아파트를 알아보다가 아침 저녁으로 한식이 제공된다는  로마 카리나 민박형 호텔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그곳은 공식 호텔인정을 받은 곳이라고해서 안심이 되었다.

테르미니 역 주변이란 것도 좀 마음에 걸렸으나 엘리베이터가 되는 방에 아침 저녁 한식이 제공 되고 민박형 호텔인지 호텔형 민박인지 인증받은 곳이라 하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예약을 넣자마자 국제전화가 왔다.

일찍 결정해주어서 감사하다는 젠틀한 목소리의 중년남자였다.

당연히 중국인이 하는 곳일줄 알았는데  그런 억양이 전혀 묻어나지 않아 우리 교포인가보다 생각했다.

민박집이어도 규모가 큰지 엘리베이터도 있다는 답장이어서 더 고민할 필요도 없어 바로 예약비를 보냈다.

다행히 드문드문 올라와 있는 후기들을 보니 부모님과 함께 묵었는데 만족스럽다는 후기에 더욱 안심이 되었다.

몇년 전 로마 한인 민박집을 예약하고 도착했는데 문밖에 세워놓고 방이 없다고 다른 민박집에 떠넘겨진 황당한 일이 있어서  그 뒤론 다신 한인 민박집이란 곳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인 민박집이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이 아니고 태반이 중국인들이 하는 곳이란걸 알게되었다.

하긴 진짜 한국인이 하는 바르셀로나의 그 보케리아 시장옆 민박집 여자의 불쾌한 눈빛과 마드리드의 민박집의 주인여자의 냉장고 식품을 내던지던 히스테리도 잊을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5개월도 더 여유가 있게 준비한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고 저녁늦게 도착하고 가족 구성상 민박집에 공항픽업도 예약도 해놓은 상태라 편한 마음으로 공항에 내렸다.

출발전 픽업비와 잔금을 보내려고 하니 게시판에 민박주인이 올려 기억하고 있던 픽업비가 아닌 다른 픽업비를 말했다. 작은 금액이지만 조금 개운치 않았다. 전화가 오고가고  게시판 답글에 민박집본인이  말한 금액을 받겠다고 답글이 달렸다. 

그래도 뭔가 뉘앙스가 편치않게 느껴졌다.

그럼 로마에서 뵙자는 글에 득달같이 달리던  답글이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10유로 20유로 차이로 언짢아지는거 나도 싫어서 거기서 요구하는대로 다 지불해야겠다고 잔금까지 현금으로 준비해갔다.

공항에 밤 9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낡고 붐비는 어두운 공항에서 짐을 찾고 더듬더듬 약속장소인 모카 커피숍이란 곳에 도착했으나 우릴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불길한 예감이 다가왔으나 참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지난번 유럽여행시 파리 별장의 신속한 픽업을 기대하고 출구를 향했건만...

다른 한국인들은 모두 누군가가 와서 데려가 버리고 우리가족만 뎅그러니 침침한 불빛아래 모기에 물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커피숍인데 마냥 서 있을 수도 없고 음료수와 스낵을 샀지만 가족들 모두 긴장하고 이 상황을 견뎌내느라 손을 대지 못했다.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현지에서 하는 국제전화란 쉽지 않았다.

몇번의 시도끝에 전화받는 민박집 남자목소리는 태연했다고 한다.

민박이 아니고 호텔이라고 강조하며 받았다는데 우리존재는 아예 기억에서 없는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댁이 픽업을 빵구내서 이러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해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오실거냐는 질문에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당장 뛰어나와서 시원찮을 판에 이 무슨 아리송한 질문인가.

 여행을 시작도 하기 싫어졌다.

갑자기 아쉬운쪽은 우리가 되어버렸다. 공항까지 오는데 30분걸릴테니 기다리단다.

그 노무 로마 모기는 왜이리 지독한건지. 

무슨 국제공항이 이모양인지 이번 여행의 시작부터 이게뭔지

부모님 편하게 한식드시게 하겠다고 아파트 취소하고 밥나온다는 민박집을 택한게 잘한건지.

만감이 교차하느라 피골이 상접해간다.

시작부터 이렇게 억망인 믿을 수 없는 이 숙소가 과연 안전할까 하는 걱정과 불안감.

12시간 비행에 지친 가족들. 특히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고 당황스러움을 감출길이 없었다.

오랜시간 기다림에 지쳐가는 우리가족에게 공항상가 렌트카와 택시업체들이 하나둘 다가와서 영업을 시도하는데

너무도 닳고 닳아버린 모습을 풍기는 그들에게 오히려 신뢰감이 갔다.

드디어 민박집 쥔이 나타났다.






 까리나 민박 -숙소 편

화가 나기보다 어이없고 놀라움이 컸던 우리가족은 이왕 묵을거 기분좋게 시작하고 싶어

긴 얘기 않하고 민박집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이미 한밤중.

어둡고 조용한 골목앞에 도착하니 인터넷으로 수없이 봐온 까리나 민박집 간판이 희미하게 불빛속에 보인다.

내 예상으론  민박집 별관으로 들어갈줄 알았는데 대충봐도 본관인듯한 건물로 주인여자가 우릴 이끈다.

좁은 계단으로 안내하는데 나쁜예감이 들어맞았다.

5층인지 몇층인지...

너무 지친 부모님과 조카는 그저 따라 올라가는데 뒤에서 발버둥을 치며 주인여자를 붙잡고 물어보니

본인은 모른다며 짐을 태연히 들어나른다.

팔짝팔짝 뛰며  분명히 엘리베터가 있는 방으로 했는데 이게 뭐냐고 소리질러도 허공에다 소리지르는 느낌이다.

 일부는 방으로 올라가고 남아있던 우리는 이어지는 충격으로 정신이 증발할 지경이 이어졌다.

 우리가 분명히 예약한 방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이었다고  이게 뭐냐고 해도 뒤늦게 온  까리나 민박 주인 남자는 너무도 태연한 표정으로 전혀 놀라지 않고 대꾸도 없이 그냥 사람말을 먹어버린다.

어떤 설명이나 변명도 하지 않는다. 사람 복장터지게 해서 죽일 모양인가.


우리 짐작엔

우리가 예약한 방엔 이미 다른 사람을 들인것이다. 방이 없단다.

오늘 하루 는 저 다락방같은데서  자고 내일 옮기라는 얘기를  느리게 아주 차분하게 말하는데 이때부터  갑자기 북쪽 억양이 섞여서 말뜻을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렇게 깍듯하게 말하더니 궁지에 몰리니까 사투리로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택시 픽업부터 방까지 하나도 제대로 된게 없는데 그동안 나는 무슨 귀신하고 예약을 주고받은 것인지 정신이 멍해지고 이해할수가 없었다.

저 꼭대기 층 계단으로 다리 불편한 부모님이 오르락 거리란 말인가.

예약이 무슨 소용이며 그동안 묻고 답한 내용들이 다 허공에서 맴돈다.

우린 당장 다른 숙소로 옮겨달라 했다.

아침 저녁을 한식으로 먹겠다고 안이한 생각으로 이곳을 정한게 너무 후회되고 앞날이 걱정되고  모든게 암담한 밤.


통곡이 쏟아지려했다.

외국에서 한밤중에 이런 사기를 당하다니 너무 무서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부모님은  너무 허술한 객실 내부 모습에 많이 놀라셨다고 한다.

시트며 커튼이며 너무 으스스해서 올라오지 않는 딸들을 기다리며 어떻게 이런곳에서 지내나 하고 걱정이 태산이셨다고 하니 정말 죄스럽다.

그 동안 해외여행 경험으로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중국 교포들이 하는 민박집 같은 숙소들이 많을텐데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오밤중에 그 어두운 계단을 짐을 들고 내리고 또 이동하고 ,,,,, 그 고단함을 다 적기도 벅차다.

자정이 넘도록 하나도 맘에 들지 않는 다른 숙소로 우왕좌왕.

 그 부엉이  닮은 인정머리 없는

이태리 쥔 남자의 차가운 눈빛도  참아가며 억지로 묵어야 했던  다른 숙소도 그저 그랬다.

첫날부터 고단함에 잠을 설친 부모님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아프다.

어차피 걔네들은 다 알고 지낼 같은 업종의 다른 숙소에서도 방이 없다며 매일 매일 객실을 바꿔 옮겨다녀야했다.

자정이 넘어 들어간 방도 예정했던 3인실이 아닌 2인실이 되는 바람에 내짐의 대부분은 동생가방에 있어서 조카와 내가 한방을 쓰게되었다


내 잘못된 선택으로 온 가족이 고생한걸 생각하면 속상하고  그들에게 받은 상처는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첫밤을 꼬박새고 말았다.


로마에 도착한 첫날의 봉변과

14일 후 로마를 떠나는 날, 트랑 이탈리아 직원들의  그 우스꽝스럽고 싸구려같은  태도는 마치 중세시대에 나무 그늘에 숨어 지키고 있다고 마차를 타고 가는 여행객을 급습해서 한푼 뜯어가는 떼강도 같았다.

 내가 그동안 너무 낭만적으로만 이나라 사람들을 생각했구나.

국민의 민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는 일들이었다.

다시는 이탈리아를 찾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 이 나라가 원래 이랬는지 내가 몰랐던 건지 정말  후진 나라라는 여운만 남긴 여행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아수라장이던 로마 공항에서 우리나라 항공사의 남자직원의 친절함과 위로의 말한마디로 이미 마음은 귀국을 한 상태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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