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9 부모님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피노 (Repino)마을- 일리야 레핀의 집을 찾아서

호이짜0 2019. 9. 24. 15:39

 

 

Repino 마을을 찾아서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인부들"의 그림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던 러시아 미술관에서도 하필 전시되어있지 않아 허전하기만 한 마음을  혹시나 화가의 집에가면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비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가보기로 했다.

예전 핀란드령으로 쿠오알라라는 마을인데 일리야 레핀이 노후에 집을 짓고 자리잡고 살던 마을이라 레피노로 이름이 바뀌었고 페나티라는 그 집이 꽤 아름답고 그림도 볼 수 있다고 해서 설레기까지했다.

 

핀란디스키 역( Finlynfskiy Railway)  까지 택시로 빗길을 달려가니 30분 후쯤 레피노가는 기차가 있다.

낡고 오래된 기차에 앉으니 철제 의자가 어찌나 차갑고 딱딱한지 낯선 환경에서 긴장감을 더해준다.

 

하필 우리자리 건너편에 날궂이를 하는건지 알콜 중독자인지 한 남자와 탄 여자가 흑흑대며 울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목청껏 하소연하듯이 떠드는 바람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자를 피해 제일 끝자리로 옮겨 앉으니 그때가지 참던 현지인들도 한 두명씩 우리 주위로 옮겨 앉는다.

그리고 바로 멈춘 기차역에서 그 여자는 내려버리고 그 적막감과 동시에 우리들은 동시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사람들은 화기애애 대화의 꽃을 피웠지만 난 안내방송도 없이 자주 서고 바로 출발해버리는 기차가 걱정되서 아까 눈을 마주치며 웃었던 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레피노역이 언제쯤이냐고 묻자 자기도 거기서 내린다고 안심하라는 표정을 지어주셨다.

한참 후   한가해진 기차에서 그 아주머니가 눈짓을 하며 일어선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내내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져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그분곁에서 내릴 준비를 하는데 페나티를 가는 거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하니 알 수 없는 러시아어로 긴 이야기를 해주는데 못알아들으니 안타까울 뿐인데 내려서 저쪽으로 가면 된다고 손짓을 해주고 사라지신다.

고마운 분을 만나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갈 기차표를 알아야하는데 비는 내리고 땅은 질퍽거리는 느낌인데 도무지 역건물이 보이질 않아서 한참을 헤맨 후에 보니 굳게 문이 닫힌 창고 건물같은게 역 건물이었다.

돌아가는 기차가 40분정도 간격으로 있는걸 확인하고 아까 아주머니가 손짓으로 가리켜준 쪽으로 길을 건너갔다. 그 길만 건너면 바로 페나티가 있는 줄 알았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깜깜한 숲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 앞에 있는 쇼핑몰의 한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그 숲길로 쭉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그 길만 걸어가면 페나티가 나올줄 알았다.

 

 

이 길만 벗어나면 끝인 줄 알았다.-  걸어서 페나티를 가려면 상가 오른편의 이길이 아닌 왼편길로 들어가야 그나마 조금더 가깝다.

 

 

인적이 드문 숲길을 걷는데 왼편 숲 속에서 드문 드문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서 깜짝 깜짝 놀랐다.

이런 숲이 낯선 우리로서는 이 깊게만 보이는 숲에서 걷는 사람들의 어두운 형태가 어색하고 무섭기만 했다.

 

 앞에서 걸어오는 여학생 무리 중 한명은 담배 파이프 같은 것을 쥐고 있는 모습메 기가 눌려서 말을 걸어도 될지 망설이다가 페나티를 물어보니 곤란한 표정으로  왼편으로 가라고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가버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주택들과 고등학교까지 있는 마을인데  비가와서 그랬을까. 왜 그리  어두운 숲으로만 보였는지 ..

 

 

 

 

숲길을 빠져나오자 작은 광장에 동상이 하나 서있다.

 

짐작컨대 일리야 레핀의 동상같았는데 그 주변을 봐도 페나티 표시는 없었다.

너무  준비없이 온 이 여정을 어찌해야 할지 잠시 암담했는데 길 건너의 페나티 표시판이 우리가 지나온 길 방향으로 되어있어서

다시 되돌아 가보았으나 빈집이거나 호텔이거나 할뿐 도저히 내가 보아두었던 그런 집은 없다.

 

비 내리는 인적드문 길에서  따듯한 불빛에 이끌려 가보니 꽃집이었고 그곳에서는 길을 따라 쭉 가라고만 한다.

미안해서 얼마나 가야하는지는 못물어보고  빗길에 다 걷기는 무리여서  길건너  카페에 부모님을 모셔놓고 우린 서둘러 걸었다.

금방 다녀올 줄 알고 출발했는데 검색을 하던 조카가 걸어서 30분이라고 한다.

갑자기 다리가 풀리고 내가 가자고 한 이 길을 되돌아가야하는지  고민했다.

 인도도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있어서 걷기는 편했지만  어둑하고 축축한 나무아래를  어찌해야할지를 모르며 서둘러 걸었다.

오른쪽으로는 높은 담장 속에 우거진 숲이 이어져 있고 길건너 왼편도 숲과 간혹 보이는 집들, 바쁘게 지나가는 차들뿐 인적없는 빗길이다.

낯선 표지판을 지나쳐버려 다시 되돌아 와서  입구로 들어가니 명성과 달리 너무 낡고 허름한 집이 빗속에  앉아 있었다.

 

 

힘들게 찾은 페날티 입구-  내가 찍은 사진들은 모두 사라져 버려서 올릴 수가 없으니 더 아쉬움이 몰려온다.

 

 

우리 말고도 한 커플도 차를 세우고 입장하려고 하는데 안에서 두 관람객이 나옴과 동시에 관리인인 할머니가  뭐라고 장황하게 이야기 해서  영어로 부탁하니 또 뭐라고 좔좔 이야기 하는데 이게 영어인가 싶다.

덧신을 신어야 하는것 같아서 엉거주춤 지저분한 덧신을 신으려 하는데 그 관리인은 입구를 닫고 팻말을 붙인다.

20여분을 더 기다려야 입장 시간이라는 표시인데 부모님이 기다릴 생각을 하니 거기서 20분이라는 시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조카 말로는 단체 입장만 된다는것 같은데 어쨋든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서 문틈 사이로 보이는 볼가강의 인부들 스케치 그림만 훔쳐보고 페인트칠이 벗겨져가고 있는 집만 한바퀴 돌아보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타려고 옆 정류장에 가서 아까 우리앞에 나온 모녀 관광객에게 버스에 대해 물어도 대화가 않된다.

분명히 정류장 표시에는 211번 버스 한개만 적혀 있었는데 갑자기 K 400번 버스가 쌩 다가와서 아까 찍어둔 일리야 레핀 동상 사진을 보여주며 묻자 타라고 한다.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자마자  아까 길을 물은 꽃집이 보인다,

서둘러 150루블을 내밀며 3명이면 30루블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기사님은 동전 하나를 들고  왜 더 내라고 하지? 하며 서있는데 됐다고 내리라고 하더니 만원버스는 쌩 달려가 버린다.

너무 긴장해서 걷고 허탕을 치고나니 제 정신이 아니었는지 난 4명분이 아니라 3명으로  계산하고 거스름 돈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바보.

 

 

 

부모님이 기다리던 베이커리로 들어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햄버거 , 파스타등으로 점심을 먹는데 텍사스 콩스프라는 음식은 뜻밖에 고기가 들어있었다.

처음엔 딱딱한 표정이었던 웨이트리스도 우리가 시키는 음식양을 보고 점점 친절해지면서 음식에 대해 설명까지 해주었다

식당에서 따뜻하게 쉬다가  비록 목적지는 허탕이었지만 사과나무가 서 있던 아름다운 길을 걸은 걸로 위안으로 삼으며 돌아왔다.

 

 

 

돌아온 핀란디스키역은 비가 그쳐가고 있었고 갈때 왕복으로 끊은  표는 기차안과 역 개찰구를 나올때까지 검사를 했다.

 

허비할 시간이 없어서 호텔로 돌아온 뒤 동생둘을 러시아 박물관에 데려다 주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금박이 입힌 집에서 초콜렛을 사고 다시 나와서 피의 구세주 성당 퇴장시간 30분 남겨놓고 휙 둘러보고 나와서 러시아 미술관에서 나온 동생들과  택시를 타고 에르미타주 신관으로 가는데 다시 비가 퍼붓는다.

 

조카와 작은 우산 하나로 비를 쫄딱 맞고 호텔에 들어가보니  지쳐서 쉬고계시는 부모님과 도저히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할 수 가 없을 것같아서 고기와 채소등을 사와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주방이 딸린 방에  감사하며 고기와  라면을 끓일 준비를  하면서도 빗속에 동생들 마중을 나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일찍  에르미타주 신관 관람을 끝내고 돌아온다.

 오늘 종일 뛰어다녔으니 피곤한 표정이 역력하다.

별 맛없이 저녁을 먹고 내일 떠날 짐을  싸고 나서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 비내리는 넵스키 도로를 걸었다.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춥지는 않은데  거대한 물살처럼 몰려다니던   인파도 없는 비오는 밤의 넵스키 도로는 좀 쓸쓸해 보였다.

 

 

뒤틎게 검색해 본 페나티 가는 길

 

 

 

 

www.youtube.com/watch?v=51e-efloS0s

  아쉬운 페나타의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는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