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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행 OBB 기차

호이짜0 2018. 10. 16. 17:17

부다페스트행 기차에서 천사와 악마를 보았다.


9.28일 금요일.


 여행의 끄트머리인

오늘은 비엔나 중앙역에서 8시 42분 기차로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지난밤에  심장을 쫄게한  소비에스키 아파트의 보일러 고장에 한몫을 더해  밤새 시끄럽던 거리가 조용해진 아침에 우린 새로운 도시를 향해서 나선다.

어제 사놓은 24시간 교통권을 이용해서 D트램으로  중앙역에 내렸다.

내린곳은 너무 휑하니 사람이 없어 밖으로 나가 걸어서 중앙 역건물로 가서 여행자들이 줄을 서있는 사무실에 가니 배낭을 매고 서있던 한 사람이 먼저 양보해줘서 얼떨결에 고맙다고 하면서 창구로 갔다.

아침 근무가 피곤한 듯 퀭하고 부석부석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직원에게 혹시 동떨어진 한 좌석을 바꿔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표를 끊을때 같이 끊었어야 한다고 불가능하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따로 끊었다고 설명했지만 내말 따위는 아무 관심 없는 표정으로 않된다고 한다. 


 시내에서도 여기저기 보이던  앵커라는 빵집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우리 탑승장소로 이동했다.

잠깐 만난 한국인들이 부다페스트가 무척 추웠다고 전해준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8월에 4명의 기차를 오스트리아 철도청인 OBB홈피에서 끊었다.

 낯선 외국 사이트에서 표를 사는 것은 항상 긴장이 되게 마련이지만 소문만큼이나 절차가 간단했다.

 3유로씩을 더하고 지정석을 끊으려니 코치냐 케빈이냐를 정하라고 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몰라 그냥 코치로 해서 4인 좌석을 구입했다.

8시 42분 출발, 412호칸, 51,52,53,54번 좌석이었다.

그리고






동생이 뒤늦게  합류하게 되어서  출발 1주일 전에 좌석표 한장을 더 구입하였다.

이번에는 지난 번과 달리 좌석타입을 정하라는 질문도 없이 술술 진행이 되면서

덜컥 표가 끊어졌다.

 독일어로 쓰여진터라 뭔 말인지 모르는 표가 이메일로 날아왔고 좌석까지 지정되었고 오스트리아 철도OBB에 대한 좋은 평들 일색이어서 별 걱정없이 출발했다. 두 칸이나 떨어진 한 좌석은 가까운 자리로 바꿔서 앉을 수도 있을줄 알았는데 않된다는 말을 듣고 기차에 탔다.


 코치석이란  방 하나에 세좌석씩 마주보고있는 좌석으로 문을 닫으면 복도와 분리되었다. 부다페스트행 기차는 생각보다 낡았고 많이 덜컹거리고 자리 찾아 이동하는 승객들로 좁은 복도는 한동안 혼잡스러웠다.

혹시나 우리가 탄 412칸에서 한  블럭인 6개 좌석을 우리 가족만 사용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나 기대했지만 브라질에서 온 커플이  제일 안쪽 자리까지 힘겹게 들어와 앉으니 꼼짝도 못하게 비좁다.

무거운 트렁크를 올리지도 못하고 출발했는데  브라질 청년이 우리 트렁크와 자기들 짐도 올려서 겨우 다리를 뻗는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야 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 같아서 안심하며 귤을 꺼내서 나눠먹고 부서져버린 빵을 뜯어 먹으며 흔들리는 기차에 적응 하고 있는데 414칸의 좌석을 찾아갔던 동생들이 놀란 얼굴로을 하거 돌아와서 그 곳은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해서 정신없이 일어나 따라가 봤다.

중간 413칸은  보통 기차 좌석인데- 이게 케빈석인가보다-차라리 이곳을 끊는게 나았을까 라는 후회가 올라왔지만 오가면서 보니까 단체로 놀러가는지  맥주를 궤짝으로 들여놓고 술판을 벌이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히죽거리고 웃으며 떠들어 대는 사람들로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문제의 414 칸, 그리고도 제일 끝쪽인 114번 좌석이 있는 칸은 자물쇠가 채워져 들어갈 수 없었고  제복과 업무용 가방이놓여있었고 문에는 승무원 자리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당황

했다.

 

승무원만 기다리고 있는데 412 칸에 있던 동생이 달려와서 지금 표검사 중인데 우리 표가 없다고 검표원이 아주 생 난리를 피웠다며 우리 좌석 티켓이 어디있냐고 한다.


순간 내손에는 그 프린트가 없는걸 확인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부모님만 앉아 계시는 412칸으로 달려간다.

 표에 펀칭을 하고있는  귀와 코에 온통 피어싱 투성이인  한 남자직원이 보이는데 , 내 선입견인지 인상부터 않좋은 이 남자가 그 검표원이라고 한다.

다행히  옷 아래 깔려있는 프린트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좀 기다리면 될텐데 무슨 난리를 피웠는지 이해가 않갔지만 꾹 참고 있다가  문이 잠겨있는 114번 좌석에 대해 물어보니 새까맣게 그을리고 신경질이 가득한 그 남자는 내말을 못들은 채 무시한다. 너무 황당해서 그를 쫒아가다가  414칸 잠겨있는 좌석앞에서 오는 그를 기다렸다 . 왜 이곳 문이 잠겨있는지 재차 물으며 무슨 설명이라도 해주길 기다렸지만 , 승무원 자리라고 써있는거 않보이냐며 우리에게  눈을 부라리며 팔을 흔들어대며  꽥꽥 소리만 질러대다가 다음 칸으로 건너가 버렸다.

복도에는 우리 자매들 뿐이었고 아무도 그 당황스럽고 무례하고 무서운 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없다.

대체 이 어이없는 남자는 진짜 OBB직원이기는 한걸까? 오스트리아 사람일까? 헝가리 사람일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중노동에 시달려서 저러는건지....왜 저런 태도를 보이는지 혼란스러웠다.


 대체 이 상황이 무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을 안고  부모님이 계시는 412칸으로 돌아가니 우리 옆 좌석의 브라질 청년이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서툰 영어로 얘기하다 못해 번역기까지 동원해서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면 꼭 OBB에 컴플레인 하라고 당부한다.

 아까 표가 없다고 짜증내던 그 모습만 보고도 그 청년도 마음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다리 아프게 왔다 갔다 낭비해버린 시간 속에 그 미친 승무원한테 당한 충격을 애써 감추고  영문을 모르고 졸고 계시는 부모님들을 살피고 있는데  시골 간이역 같은 곳에서 기차가 정차한다.

차창으로 안경을 쓰고 제복을 단정히 입은 좀 내성적으로 보이는 직원이 승차하는게  보이는데 아까  흰 셔츠만 대충 걸쳐입은 사람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 벌써 신뢰감을 주면서 제대로 된 설명을 해줄것 같아서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는 다시 첨부터 표검사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바코드를 찍으면서 확인한다.


 신뢰감 가는 직원이 다가오자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는 기다리라고 같이 가주겠다고 하면서 우리 표검사가 끝나자마자 긴 다리로 시원스럽게 앞장서 걷는다.

414칸 그 문제의 좌석 앞까지 왔다.

 

그런데

 문이 열려있다. 그 승무원석이라고 써 갈긴 종이는 뜯겨져 나간 채 열린 문 안 여섯개 좌석에는 한  중년의 부부가 평화롭게 앉아있다.

당황한 우리는 놀라서 누가 언제 이 문을 열었냐며 그들에게 물었지만 영어를 못하는지 그들은 알 수없는 말로 승무원과 얘기를 한다.

 이들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승무원과 한참을 심각하게 얘기를 한다.

신뢰감 가는 승무원은  자기들은 헝가리 사람이고 아까 그 무례한 직원은 오스트리아 사람이라고 하며 대신 미안하다고 하는데 죄없는 이 헝가리인 승무원에게 더 이상 뭐라고 말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또 다른 뚱뚱한 승무원이 나타났다.  무슨 일인지 물어서 설명하니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하며 우리에게 다시 표를 보자고 한다.

이래저래 너무 지친 우리는 그 비어있는 자리고 뭐고  내용도 알고 싶지도 않아 다 포기하고  가족이 있는 칸으로 돌아갔다. 중간에 술취해 떠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흔들거리며 몇번을 오가는지 모르겠다. 

 

진이 다 빠져서 앉아있는데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나기 시작한다. 같이 합석한 브라질 커플도 일어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부다페스트인데 않내릴 거냐고 한다. 

근데 아무리봐도 그 역은  시내에 있는 켈레티 역이 아니고 인적이 드문 외곽에 있는 낯선 이름(켈렌폴드?)이다.

그에게 부다페스트에는 여러개의 역이 있는데 우린 켈레티에서 내린다고 하자 그도 웃으며 다시 앉으려 하자 여자가 티켓을 보여준다.

그들은 그 역에서 내려야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외진 곳에서 내렸을까?

처음 피렌체에 갈 때 중앙역이 아닌 피렌체란 이름만 보고 다른 역을 클릭했던 결과가 떠올랐다.

 

좌석은 여유가 생겼지만 우리도 곧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비대한 몸집의 한 청년이 우리 좌석으로 합류했다. 그는  옷이 둥둥 떠있을 정도로 비만이어서  걸음걸이도 불안정해서 걱정스러웠는데 눈만은 정말 똥그랗고 시원스럽다. 우리 좌석으로 들어와서 앉더니 우리가 트렁크를 선반에서 내리려고 하자 그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좌석에 올라서서 우리 가방을 내려준다. 한 천사가 내리자 또 다른 천사가 나타났다.

짐을 올려준 천사와 짐을 내려주는 천사.

고마움을  " You are angel"이라는 말로 전하니 활짝 웃는 모습이 정말 천진난만하다.

이 기차는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를 들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까지 가는데 이 청년은 어느 나라 사람일지 궁금했지만 미처 물어볼 시간도 없이 우리는 복도의 사람들 사이로 섞여서 내릴 준비를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두고두고 헝가리에 대한 좋은 인상과 대비해서 그 어이없는 오스트리아 OBB직원이 생각난다.

귀찮아서 그냥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그 브라질 청년의 눈빛이 자꾸 떠오르기도 하고 문득문득 지금도 그 오스트리아 OBB직원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느날 아침 큰 맘을 먹고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3시간 동안 영문의 이메일을 써서 OBB에 보냈다.

그 직원은 아니더라도 대신해서 그 당시에 대한 설명과 사과를 듣고 싶었다.

며칠 후 답장이 왔다.

달랑 한 줄의 답장은 내 눈을 의심케 했다.

앞 뒤 설명도 없이 - 3유로를 니 카드로 입금하겠다-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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