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요새& 바이더 후녀드 성
& 유대인의 신발
9월 29일 토요일 .흐림
중앙시장을 과감하게 나와서 택시를 타고 어부의 요새로 향했다.
마차시 성당- 13세기에 지어진 곳으로 역대 국왕들의 결혼식과 대관식 장소.
15세기 후반 마차시 1세가 개축하여 80m의 첨탑을 세운 이 성당은 르네상스, 고딕.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재된 건축양식.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다 보이는 강 건너 페스트 지역의 국회의사당
비가 뿌리는 날씨 속에서 나이가 들어보이는 거리의 음악가들과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즐기는 엄마의 모습에
괜히 마음이 짠했다.
장소가 어디든 즐기는 자의 것이다.
천정이 높은 카페에서 잠시 추위를 피해 쉬고난 후
궂은 날씨도 피하고 선물도 살겸해서
택시를 타고 찾아간 한 쇼핑센터는 생각보다 소박했고
카드와 현지화폐만 받는 곳이었다.
헝가리 구스가 사방에 널려있을거라는 착각을 깨고
토요일 오후라 점점 밀려드는 인파를 피해 밖으로 나오니
그 사이 다시 햇살이 쨍쨍해져서 남은 곳을 찾아가 볼 힘이 생긴다.
♤
마치 아름다운 신데렐라가 재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처럼
본 모습을 못보여주고 서 있는 뉴가티 역앞에서 마땅한 식당은 찾을 수가 없고
다섯명을 태워줄 택시를 찾아야 했다.
경찰차가 곁에 있어서 우릴 한꺼번에 태울수 없다고 휭하니 떠나버리는 택시기사.
다시 쇼핑센터앞으로 돌아가서 택시를 탔다.
조금 가져간 포린트화는 쇼핑센터에서 다 써버리고 없는데
택시비는 15유로에서 25유로까지 다양히게 부른다.
저 멀리 영웅 광장이 보인다.
부다페스트 서커스가 볼만하다해서 택시 기사에게 아무리 " 서커스"를 외쳐봐도 못알아들어
사전을 찾아 들려주고 애를 쓴 결과
"씨르쿠스"라고 해야 알아 들었다.
공연장 앞엔 3시 공연이 있닫고 써있는데 이미 시간이 지나서인지 기척이 없다.
토요일이라 7시 공연도 있다는데 인적없는 곳에서 물어볼 곳도 없다.
바로 마주보이는 곳에 그 유명한 세체니 온천이 보이는데 일정이 이렇게 될줄 알았으며
수영복을 갖고 나올걸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고
그 옆 동물원에도 가볼까 했는데 입장료가 포린트화로만 써 있어서 자신감을 잃고
택시 기사가 전통식당이라고 알려준 식당을 찾아가 보니 그 유명한 "군델"이라는 곳인데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어색하게 썰렁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싫었고
공원 연못가의 전망좋은 식당을 들어가려하니
브레이크 타임인 4시까지 20여분 밖에 않 남아서 못 들어가고
결국 사람들이 줄서있는 곳을 보니 랑고스집이라고 하는데
아침에 중앙시장에서 맛만봤던 랑고스가 아쉬워서
일인 일 랑고스를 시켰는데 이곳의 랑고스는 너무나 크고 토핑도 많아서 도저히 못먹고 거의 다 버려야했다.
내 과욕과 판단착오가 부른 결과였다.
땡볕에서 뜨거운 랑고스를 사들고 나무 뒤에 가린 식구들을 찾느라 잠시 미아가 된 경험도 했지만 기운내서 공원 산책을 시작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우연히 찾아온 공원을 기대도 없이 걷다보니 점점 마음이 편해지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기분이었다.
다리를 지나고 푸른 잔디밭건너 놀이공원같은 건물이 보인다.
바이더 후녀드 성
루마니아의 드라큐라성을 본떠 지은 성이라고 하는데 괴기스러운 느낌은 전혀없고
높고 시원스러운 성 입구부터 놀이 공원에 입장하는 것처럼 마음을 들뜨게 했다.
한쪽엔 건축 박물관이라는 곳도 있었다.
건물 장식 하나하나 디테일이 아름다운 건물들.
건물 뒤쪽 넓은 호수와 잔디밭엔
가족들,연인들이 나와 쉬고 있었고
강아지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을 가진
부다페스트가 갑자기 풍성해보이고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든다.
한적하고 조용한 호수
부다페스트에서 마지막 날의 해가 지려고 한다.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허브향 짙은 호숫가에서 잠시 쉬다가
문득 "유대인의 신발"이 떠올라서 영웅(회쇠크)광장까지 걸어 나가서
택시를 타고 도나우 강변으로 갔다.
유대인의 신발
1944-45년 희생된 60만 유대인을 기리기 위해 60켤레의 신발조형물이 2005년에 만들어졌다.
유대인의 신발을 보러 출발할 때부터 알 수없는 긴장감이 느껴졌는데
검은 물결이 반짝이는 도나우 강변에 놓인 신발 조형물 자체로도
공포감과 두려움이
느껴져서 가까히도 자세히도 바라볼 수 없었다.
그 모든 아픔을 저 강물이 다 쓸어가길 바랬다.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강변 식당을 다시 들러서 부다페스트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어제 서빙해주던 분보다 서비스가 떨어져서 다소 실망하고 있는데
오늘도 삼인조 연주자들이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멋진 바이올린과 아코디언 첼로연주를 들려준다.
옆 테이블의 러시아 민요를 연주하고 그 옆 테이블에서 중국 노래를 연주하고 온 그들은
우리 테이블에 와서는 "아리랑"과 "도라지" 가락을 섞은 애조띈 바이올린 곡을
멋드러지게 들려주는데 차가운 강바람을 잠시 잊을만큼 감동이었다.
바로 이어서 아빠를 위해 연주해주겠다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곡이 현란하고 멋들어지게 흘러 나오는데
가사를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가족 모두 어색하게 박자만 맞추고 있는 모습에
바이올린 연주자가 당황하면서
라라라라라~~하고 목청높여 허밍으로 노래 가사를 대신한다.
그 와중에 이 자그마하고 통통한 다소 내성적으로 보이는 바이올린 주자는 지나가는 풍선 장수와 안부를 묻고
허밍으로 노래도 하고 일인 다역을 한다.
기분좋게 화려한 연주를 마친 후
이 셋중 가장 강단있어 보이는아코디언 연주자가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자신들의 연주 CD다.
25E.
고마움에 기꺼이 .
불어오는 강바람은 차가웠지만 ,
달콤한 토카이 와인과 함께 멋진 연주를 들으며 부다페스트의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랠수 있는 따뜻한 저녁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따라하지 못해 아쉬웠던 노래가 머릿속을 맴돌아
찾아본 결과
그렇다 , 너무나 클래식하게 멋지게 편곡해서 들려줬던 그 곡은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라는 노래였다.
'여행 > 18부모님과비엔나.부다페스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다페스트 야경 사진 (0) | 2018.11.14 |
---|---|
합스부르크 왕가 가계도 (0) | 2018.11.12 |
그레이트 마켓(중앙시장) (0) | 2018.11.05 |
슈테판 성당에서 미사 (0) | 2018.11.05 |
부다페스트 유람선, 야경.식당 (0) | 2018.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