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1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많은 이태리 영화 배경

호이짜0 2013. 2. 13. 15:10

* 스크렙

 

[와인기행]지중해 다문화를 숙성시킨 시칠리아

2012 09/25주간경향 994호
시칠리아는 기원전 그리스시대부터 와인산업이 발전하였고 다양한 토착품종으로 오늘날까지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모레알레 대성당 언덕에서 바라본 팔레르모 전경.

 

와인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양주로 알려져 있다. 1866년 조선에 두 차례에 걸쳐 통상을 요구했던 독일 상인 오페르트는 <조선기행>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와인을 조선에 들여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와인 역사도 150여년이 되는 셈이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와인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와인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와인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달콤쌉싸래한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알 수 있는 에세이를 격주로 연재한다. 필자인 송점종 우리자산관리 대표는 국내에서 와인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송 대표의 와인 기행은 시칠리아 와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편집자 주>


송점종 대표의 시칠리아 여행 경로.

영화 <대부3>의 비극적 라스트 신에 나오는 OST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슬픈 멜로디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추억의 영화 <시네마 천국>, 아름다운 이오니아 해를 배경으로 한 <그랑 블루>, 파블로 네루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 포스티노>, 알랭 들롱의 초기 출연작 <레오파드>는 모두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그리고 시칠리아가 낳은 거장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명화들이 많다.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언제나 한과 슬픔, 운명,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시키는 서정적인 영화들이다.

시칠리아! 아직은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어려운 지중해 상의 미지의 섬이다. 팔레르모 국제공항에 내리면 삭막한 회색빛 바위산이 맞이한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본격적으로 여행하다 보면 비로소 서정적인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눈부신 태양과 코발트색 바다, 독특한 지형과 소박한 시칠리안들. 해안선 길이 1500㎞, 면적은 경상북도의 1.3배인 2만5700㎢, 인구는 2배인 500만이 넘는 시칠리아는 지중해에 떠 있는 찬란한 다문화의 보물섬이다.

수많은 명화들의 배경으로 등장
시칠리아는 동·서양이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사라센, 아랍뿐만 아니라 노르만, 프랑스, 스페인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면서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워 왔다. 침략과 지배의 역사 속에서 생존과 자기방어, 섬이라는 폐쇄성에서 시칠리아의 토착문화가 형성되고, 가족 중심의 조직문화인 마피아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시칠리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적지와 지중해의 쪽빛바다. 아치 너머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대부>에 등장하는 콜레오네 가문이 임진왜란 때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 팔려가 시칠리아에 정착한 조선인이라면, 한국의 문화도 일정 부분 시칠리아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로마 공항에서 시칠리아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시칠리아가 고향이라는 중년부부는 나에게 여행 중에 조심해야 할 사항을 친절하게 얘기해주었다. 특히 고급시계를 차거나 여성일 경우 보석 등은 대낮에도 팔레르모 시내에서 강탈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외지인의 눈에 시칠리아에서 마피아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시칠리아의 경제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시칠리아 와인산업을 위기로 몰았던 독극물 스캔들도 바로 마피아가 개입된 사건이었다.

토착문화·지리적 특성 반영된 와인
시칠리아는 과일·채소·해산물의 천국이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2~3유로면 잘 익은 수박, 멜론, 사과, 오렌지, 무화과, 살구가 한 보따리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느 포구 풍경처럼 싱싱한 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하다. 생선에는 오징어, 주꾸미뿐만 아니라 문어, 성게, 홍합도 쉽게 볼 수 있다. 올리브, 토마토, 양젖으로 만든 페코르니(Pecorini) 치즈도 유명하다. 풍부한 식재료는 시칠리아를 자연히 먹을거리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본토와는 달리 해산물 위주의 파스타나 싱싱한 생선살을 이용한 주요리가 발달해 있다. 스파게티나 스차르바트(Sciarbat·오늘날의 셔벗)가 이곳이 원조라고도 한다. 특히 레몬·딸기·라임 주스 등에 샴페인과 함께 잘게 부순 얼음을 넣은 그라니타(Granita)는 35도를 웃도는 여행 중에 즐겼던 가장 환상적인 음료였다. 시칠리아 요리는 이탈리아 중북부와는 달리 맵고, 달고, 향이 강한 전형적인 지중해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음식 맛과 유사하여 여행 기간에 식사로 인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시칠리아의 와인은 이러한 토착문화와 지리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70%가 산악이고 제주도처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용암이 녹아 굳어진 라바가 부식되어 형성된 토양,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 겨울엔 따뜻하고 비가 많으며, 여름엔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다. 기원전 그리스시대부터 와인산업이 발전하였고 다양한 토착품종으로 오늘날까지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 입맛에 어울리는 토속적인 지중해 해산물 요리.


섬의 일부인 중북부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연간 약 10억병의 많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질보다는 양 위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종류와 저품질의 대중와인이 과거 시칠리아 와인의 대명사였다. 현재는 플레네타(Planeta), 도나푸카타(Donnafugata), 그리고 아직도 활동 중인 에트나 화산 비탈에서 베난티(Benanti), 테레네르(Terre Nere)와 같은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양조기술과 국제적인 포도품종을 도입하여 양질의 와인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18세기 후반 영국에 의해 개발된 강화 와인 마르살라를 시작으로,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으로 유명한 살리나 섬의 말바시아, 아프리카 튀니지에 더 가까운 아름다운 섬 판텔레리아의 지비보(Zibibbo·모스카토 품종의 지역명)로 만든 스위트와인이 유명하다. 70% 이상이 화이트와인이고, 레드와인용으로는 토착품종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어 있는 네로다 볼라(Nero d‘Avola) 와인이 유명하다. 필자는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7월, 시칠리아의 문화와 와이너리를 찾아 1500㎞를 달려 섬을 일주하였다.

헤밍웨이가 말한 것처럼 문명과 자연이 결합한 위대한 산물이 와인이라면, 이번 시칠리아 여행은 바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현장이었다. 괴테가 찬미했던 지중해의 낙원, 시칠리아에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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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플라네타 와이너리 뿌리는 500년 이어온 농업

2012 11/13주간경향 1000호
플라네타는 1995년에 설립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다. 와인을 만들 때 전통과 혁신, 친환경 농업을 강조하고 있다.

시칠리아 최고의 휴양지 타오르미나는 그리스 시대에 건설된 아름다운 도시다. 일찍이 모파상은 이 도시를 극찬했다. 에트나화산에서 북쪽 메시나를 향해 A18고속도로를 따라 30여분을 달리면 해발 200m가 넘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건설된 타오르미나 구도시에 도착할 수 있다.

플라네타 와이너리의 울모 포도원. 멀리 아란치아 인공호수에 수몰된 로마 유적이 보인다.


호텔에서 나와 타오르미나의 상징 고대 그리스 노천극장을 찾아갔다.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인에 의해 건설된 극장은 후에 로마인들이 재건해 지름이 109m나 되는 웅장한 반원형극장이 되었다. 지금도 여름철에는 각종 공연이 열린다. 찬란한 태양 아래 선홍색 부켄빌레아와 분홍색 유도화가 현란하게 피어있다. 흰빛 아라비안 재스민 꽃의 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담장 너머에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펼쳐진다. 코발트색의 이오니아해가 멀리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에트나화산과 조화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일찍이 괴테는 이 장면을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관”이라고 감탄했다.

겨울에도 해수욕하는 천혜의 휴양지
극장 방문을 마치고 영화 <그랑 블루>의 배경이었던 아름다운 두 해변, 마차로와 지아르니디 낙소스를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탔다. 케이블카는 해발 200m 높이에서 해변으로 내려간다. 백사장에 설치된 화려한 색깔의 파라솔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투명한 쪽빛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타오르미나는 겨울에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축복받은 천혜의 휴양지다. 밤의 타오르미나는 여행객에게 또 다른 낭만을 선사한다. 아련한 중세의 거리를 따라 ‘4월9일 광장’에 도착하면 고깃배와 요트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이오니아해를 볼 수 있다.

영화 <그랑블루>의 배경인 타오르미나의 지아르디니 낙소스 해변. 투명한 이오니아해가 아름답다.


저녁에 시칠리아의 전통음식을 맛보기 위해 광장 인근에 있는 다 로렌조 식당을 소개받았다. 와인리스트에 있는 사시카이아(슈퍼토스칸 와인) 2005빈티지의 파격적인 가격을 보고, 주저 없이 한 병을 주문하였다. 와인의 색깔과 향을 관찰하고 테이스팅하자 주위 테이블의 유럽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동양인을 관찰하였다. 명불허전, 적절한 타닌과 산도, 바닐라, 블랙커런트, 후추의 복합적인 풍미가 슈퍼 토스칸의 스타일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 제비꽃 향에서 좀 더 숙성이 필요함을 느꼈다.

타오르미나를 떠나 이탈리아 본토 칼라브리아가 지척에 보이는 섬의 북동쪽 끝 메시나항을 향해 달렸다. 페리를 이용하여 말바시아로 유명한 에올리안 군도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아쉽게도 포기하기로 하였다. 메시나에서 북부해안 고속도로 A20번을 타고 밀라초라는 조그마한 항구에 도착했다. 말바시아는 그리스인이 전파한 고대 포도 품종이다. 스위트 와인인 말바시아 파스티토는 햇빛에 말바시아를 건포도에 가까운 상태로 말려 만든다. 은은한 호박색 빛깔에 살구와 레몬의 풍미가 매혹적인 최고의 와인이다. 에오리안 군도에 있는 살리나 섬은 와인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칠레의 문학가 파블로 네루다의 망명실화를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이 바로 살리나 섬이다. 이오니아의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젊은 우체부와 네루다의 우정과 사랑이 눈앞에 아련(?)하다.

플라네타 울모 와이너리에는 500년 된 농가를 개조한 와인 박물관이 있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배경지, 체팔루
밀라초에서 다시 A20번 고속도로를 타고 팔레르모 방향으로 150km를 달려 체팔루에 도착했다. 영화 <시네마천국>의 배경지로 유명한 이 작은 해안도시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존재했다. 라로카라는 거대한 바위산이 시 전체에 왕관을 씌운 듯한 모습이 흥미로웠다. 자동차 출입이 금지된 중세의 고색창연한 골목을 걸어서 두 개의 탑을 가진 12세기 노르만 양식의 두우모 광장을 거쳐 해변까지 가는 데는 10분이면 충분하다. 좁은 골목 베란다에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 결혼 전 신랑 신부가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것을 보니 어디서 본 듯한 풍경이 정겨웠다.

플라네타 가문, 500년 이상 농업 종사
SS624번 도로를 따라 먼저 도나푸카타의 콘테사 엔텔리나의 광활한 포도원을 촬영하고, 남쪽 인근 삼부카 디 시칠리아에 있는 플라네타 와이너리를 찾았다. 내비게이션 안내와 지도가 일치하지 않아 몇 번을 헤매다, 운 좋게 플라네타에서 일한다는 노인을 만나 입구까지 안내받았다. 계획보다 늦은 방문이었지만 플라네타 가문의 딸인 키아라 플라네타가 직접 반갑게 맞았다. 플라네타는 1995년에 설립된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다. 와인을 만들 때 전통과 혁신, 친환경 농업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은 시칠리아 전 지역 여섯 군데에 총 350ha의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는 국제적인 와이너리로 명성을 얻고 있다.

타오르미나 그리스극장에서 바라본 이오니아해의 아름다운 해안선. 멀리 에트나 화산이 흰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뿌리는 삼부카와 멘피를 중심으로 500년이상 농업에 종사해온 플라네타 가문이다. 17대에 이른다. 필자가 방문한 와이너리는 플라네타의 본사에 해당되는 울모(Ulmo) 와이너리로 93ha 포도원에서 토착품종 그레카니코와 피아노 그리고 샤르도네로 화이트 와인, 네로 다볼라와 맬롯으로 레드와인을 생산한다.

와이너리는 아름다운 인공호수 아란치오 언덕에 위치해 있는 단층의 주황색을 띤 오랜 농가 건물을 개조하였다. 올리브 나무가 인상적인 포도원과 호수 가까이에 있는 와인셀라를 구경하고 준비된 와인을 시음하였다. 총 7종류의 와인이었는데 이 중 울모에서 재배한 그레카니코 100%로 만든 알라스트로는 옅은 밀짚색깔, 열대 과일향에 미네랄과 적절한 산도가 가미되어 청량감이 일품이었다. 일과시간이 지나 피곤해 보였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진지하게 와인을 설명하는 키아라 플라네타 여사의 열정이 더 향기로웠다. 필자가 집필했던 <와인 & 와이너리>를 방문기념으로 증정하자 500년 된 농가를 개조하여 만든 와인 박물관에 진열하겠다고 한다. 박물관은 플라네타 가문이 줄곧 머물렀던 곳에 만들어졌다. 필자도 언젠가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로마 유적이 수몰되어 있는 아란치오 인공호수를 뒤로하고 플라네타를 떠날 때 기온은 여전히 37도를 넘었지만, 마음은 시원했다.

(영) Salina Island (라) Didyme Insula.

지중해의 티레니아 해(海)에 있는 에올리에 제도(리파리 제도)의 섬들 중 2번째로 큰 섬.

시칠리아 섬 북동쪽 앞바다에 있으며, 행정적으로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메시나 주에 속한다. 에올리에 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섬인 이 섬은 2개의 사화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높이는 962m에 달한다. 섬에서 맘지 포도주, 건포도, 무화과 열매, 올리브 등이 수출되는 한편 어업이 이루어진다. 섬의 3개 부락인 산타마리나살리나(항구)·말파·레니는 에올리에 제도에서 리파리를 제외하고는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면적 26㎢, 인구 2,346(1988).→ 에올리에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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