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book

이매창 평전

호이짜0 2014. 3. 10. 17:09

한겨레 출판 - 김준형 지음

 

* 한없이 매력적인 여자 이 매창

타고난 신분과 처지를 생각하면 한없이 억울한

한을 안고 갔을 이 매창 .

 

그녀의 신분을 배경으로 선정적인 내용으로

가볍게 그려낸 매창에 관한 책을 읽고 실망했던 때가 있었다.

 

이책 매창 평전은

매창이 자신의 속한 기생이라는 부역을 감당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녀가

조선일대의 풍류객들이 그들의 시를 기생들이 불러 회자되길 원하던 사회 풍습과 맞물려

가객들과 주고받던 시를 통하여 그녀의 일생을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

1573년 부안에서 태어나 1610년 죽은 한낱 지방의 기생에 불과했던 그녀가 살아온 인생은

아무리 풍류객들과  대적할 시와 거문고 노래에 능통했다고 해도

그냥 쓸쓸함만 남을 뿐이다.

 

그 많은 시들 중에서도 겨우 58편만이 전하는데 이것도 그녀의 사후 지방 아전들이 스스로 나서서 시집을 만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한스러워

 

봄 기운 차가워 엷은 옷 기우는데

창가로 햇빛이 비추네.

고개 숙여 손길 가는 데로 맡겨두니

눈물 방울이 바늘 위로 떨어지네.

 

 

떠돌며 밥 얻어먹기를 평생 부끄럽게 여기고

차가운 매화 가지에 비치는 달을 홀로 사랑합니다.

고요히 살려는 나의 뜻 세상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맘대로 손가락질 하며 잘못 알고 있네요 - 지봉유설에 실린 매창의 시

 

심광세의 - 유변산록-에 나온 변산 유람일정

어수대-청계사- 청연암-화룡연-실상사-직연(직소폭포)-진선대-불주암-묘적암-월정대-주암-용암-마천대-의상암- 이하 유실

 

 

전라도 관찰사 한준겸과 금산사 근처의 용안대에서

한준겸이 계생(매창)에게 지어준 시

 

용안대에 올라

변산의 맑은 기운 호걸을 품었더니

규수 천년에 설도가 다시 있어라.

시와 새로운 노래 들으며 고즈넉한 밤 지내나니

복숭아꽃 가지위에 둥근달이 높아라.

 

7언절구로 매창이 화답한 시

말하기를 장안의 으뜸가는 호걸이라지요.

구름 깃발 닿는 곳마다 물결이 고요해라.

오늘 아침 임을 모시고 신선 이야기를 하는데

봄바람 맞으며 제비는 날고 서쪽으로 지는 해는 높아가네.

 

그녀의 아버지 이탕종은 부안현의 아전이었다 . 60여명의 향리중 한명인 그는 주로 아마도 육방의 우두머리인 호장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는데 조선시대 호장은 지방 관아에서 관비를 관리하며 그들을 첩으로 삼아 거기서 얻은 자식을 관노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중세의 암울한 사실이 그녀가 일생을 벗어날 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 호방했다던 허균과 친구로 지낸 그녀의 짧고 기구한 일생이 아까울 뿐이다.